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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기쁨

4월의 독서 :: 백가연 에세이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by 진저베렛(ginger beret) 2023. 4. 2.

독립서점에 갔을 때 눈에 띈 책이다.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책을 고를 때 마음 가는 아무 페이지나 읽어 보고 어떤 문장에 매료되면 순식간에 빠져든다. 이 책이 그랬다.

 

자신의 아픔에 기대어 "가연이도 불행이 뭔지 알까?"라는 말을 농담처럼 건네오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날에는 술맛이 더 썼다. 괜한 말로 그들의 불행을 납작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웃음으로 답을 때웠다.  그런 날에는 길거리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도 더 외롭게 보였다. / p. 14

행복이든 불행이든 어떻게 보이는지는 상관없었다. 다만 너무나 쉽게 넘겨짚는 말들이 아팠다. 난 웃는 사람일수록 혹시 모를 마음이 궁금하던데. 우는 사람을 봐도 불행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 p. 15

분명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밖으로만 돌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은 지금과 같은 시간들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청소하고, 일기를 쓴다. / p. 71

인생은 그런 모순과 모순들이 더해져 굴러가고 있었다. 누가 더 청춘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순 속에 있는 우리 모두가 청춘의 프레임 안에 담겨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시절을 지나가면 될 일이었다. / p. 182

더 많은 생명이 내 생활 반경 안에 들어오는 삶을 상상해본다. 나 아닌 존재로 인해 눈물 흘리는 날이 잦아지는 삶. 그러나 그조차 기꺼이 감당할 만큼 행복해질 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 p. 198

 

이 책에는 자주 울고 자주 웃는 사람, 섬세해서 편안하다는 말과 예민해서 불편하다는 말을 함께 듣는 사람이 쓴 글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관계 안에서 얻게 되는 미세한 상처와 그들의 사랑으로 인한 회복 사이를 자주 오가며 떠오르는 마음들을 써 내려갔습니다. 나와 세상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나 자신과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 어딘가에 꼭 맞는 경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나는 늘 생각 과잉으로 감정의 기복을 달린다. 이 책의 머리말에 나온 것처럼 작가의 경험이 내가 걸어온 길에도 꼭 맞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공감됐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생생한 글에 감동했고 감정의 해소를 느꼈다. 내 안에 어떤 답답함이 글을 빌려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위로받았고 그 순간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나도 언젠간 내가 살면서 만들고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싶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바람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가슴에 내려앉는 포근한 문장들에 감동하여 밑줄 그으며 읽었다. 작고 가벼워 품에 지니고 다니며 수시로 펼쳐 보았다. 차례대로 읽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 제목 순으로 읽었다.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 러브앤프리북

[러브앤프리북] 사랑하며 자유롭게.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작은 책방이자 청년인문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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